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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일보]부영의 한 수

부영의 한 수

박정환 정경부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9월 19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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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정경부장
부영그룹의 송도 테마파크와 도시개발 사업에 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인·허가권을 쥔 인천시와 연수구의 기세가 되레 꺾이는 양상이다. 시나 연수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부영 측이 오히려 의기양양한 형국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부영이 옛 대우자동차판매㈜ 터 안 도시개발구역(53만8천952㎡)의 주거와 상업 용지의 확대를 운운하며 거드럭거리겠는가?

 도시개발구역의 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 변경은 지금 거론할 단계도, 거론해서는 안 되는 지경이다. 도시개발 사업이 갈 거냐, 말 거냐는 온전히 테마파크(49만9천575㎡) 개발사업에 달렸다. 시는 테마파크 사업 완공 3개월 전에는 도시개발사업 용지 내 아파트 착공·분양을 하지 못하도록 인가조건을 부영 측에 내걸었다. 부영 측이 테마파크 조성을 제쳐둔 채 돈 되는 아파트 건설에만 매달릴 경우를 미리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영 측은 보란 듯이 선수(先手)를 쳤다. 도시개발구역 안 주거·상업 용지를 65%(종전 54.2%)까지 올려 달라고 연수구에 제안한 것이다. 부영측의 제안은 아파트 가구수 증가(3천920→4천690가구)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공원과 도로 등 기반시설용지는 감소(45.8→35%)하기 마련이다.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의 생리에 충실하겠다는 심사다.

 두 말할 것 없이 연수구는 부영 측의 제안을 딱 잘랐다. 부영 측도 바보가 아닌 이상 도시개발사업구역 개발변경안(실시계획변경안)이 선뜻 받아들여 지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나 연수구가 어떻게 나오나 일단 한번 쿡 찔러 본 측면도 없지 않다.


 부영 측 제안은 충분히 ‘의도된 계획’이다. 거기에는 비수(匕首)가 숨어있을 공산이 크다. 카드는 과거 비위생매립장이었던 테마파크와 도시개발 사업구역 땅속에 묻힌 폐기물의 처리다. 테마파크 자리에는 폐기물 35만2천833㎥가 1~2.5m 깊이로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개발사업구역에도 건축폐기물과 생활폐기물 등 8만2천207㎥가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폐기물만이 아니다. 토양오염이다. 폐기물이 썩는 과정에서 나온 침출수로 인한 것이었건, 토양의 자연 함유량이었건 테마파크 터는 땅속 2.5~5m까지 불소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염된 토양만도 대략 50만㎥에 달한다는 관측이다.


 1천600억 원에 달하는 폐기물과 오염토양의 처리비도 문제지만 기간이 더 큰 걸림돌이다. 외부 반출 없이 오염된 흙을 정화하기 위해선 대략 5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영 측의 거래는 지금부터다. 3천150억 원에 산 땅에 폐기물과 오염토양 처리비로 이자비용을 포함한 2천억 원은 부담이 크다는 논리를 펼 것이다. ‘개발사업 포기’라는 벼랑 끝 전술로 폐기물의 전량 처리가 아닌 현지 안정화를 제시할 수도 있다. 불소로 오염된 토양은 자연 발생이라는 토를 달아 슬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그도 아니면 그럭저럭 사업구역 외곽에 유출을 막는 차단막과 집수정을 설치한 뒤 침출수만 빼내면 된다는 식의 주장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시는 부영 측에 헛소리 하지 말라는 식으로 전량 처리와 정화를 다그칠 처지도 아니다. 그곳에 폐기물이 묻힌 사실을 뻔히 알면서 언제까지 두고 볼 수만 없는 일이다. 부영 측이 사업포기를 선언하고 송도유원지처럼 중고차수출단지로 임대를 했을 때 막을 도리가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현 시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의 빌미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미 오는 25일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이 현장설명회를 열고 환경부와 인천시에 폐기물과 토양 오염의 현황과 처리 대책을 요구할 태세다.


 이쯤 되면 시도 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오염토양과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만큼 도시개발구역의 가구수와 용적률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선수를 쥔 부영 측에 대한 인천시의 대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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